오랜만에 잠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이 높다. 가을은 가을인 모양이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일렁이는 조그만 뒷산의 나무들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 가을에 나는 무엇을 할까?
문득 산에 있는 나무들 가운데 아직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유독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죽어 있는 2그루의 나무를 볼 수 있었다. 작지 않은 키에… 플라타나스는 아니었을 것 같고… 소나무였나?... 어느 나무였는지 짐작을 할 수 없다. 그냥 눈길을 스쳐 지나가려니 순간 내 안에 내가 그 나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그 나무를 보았다. 역시 어느 나무였는지를 알 수 없다.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 죽어있는 나무…
아무런 호흡도, 생명을 위한 광합성 작용도 없는… 그냥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그냥 그 나무가 저 자리에 있었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것도 없다… 한 겨울도 아닌데 을씨년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매력없는… 저 죽어있는 나무가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가을을 타는 것은 아닌 듯 싶다. 회사에서 교회에서… 아무런 작용없이 그냥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런 사람이 된 듯 싶다. 영향력은 커녕 내 생명이 위태한…
시원스레 바람을 따라 일렁이는 나무들 역시… 옛말에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라는 말 처럼… 아직 내 안에 잘라야 될 가지를 잘라내지 않아… 아직도 내 안에 이런 여러 바람을 맞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계속되는 갈등과 고민과 어려움을 맞닫뜨려야 하는 것인지… 순간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 나는 끊임없이 이런 고민과 갈등과 생각 가운데 있어야 하는 것일까? 믿음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자리만 우두커니 차지하고 아무런 호흡도 영향력도 힘도 없이… 그냥 저 나무처럼… 광야는 늘 내게 가까이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무엇을 위한 과정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단지 철학적이고 진부한 생각의 고리를 연결하여 답도 없는 질문을 계속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안에서는 계속 질문이 생긴다. 왜? 왜?.. 왜?... 내가…
하나님의 사랑하심과 은혜를 감사한다. 만일 그것마저 없었더라면, 난 내 생을 일찍 마감했을런지도 모른다.
비관적인 것과 낙관적인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길 원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생각의 결과 끝에 난 내 믿음의 분량을 따라 생각하거나, 적절한 말씀을 내게 주셨다.
그러나 오늘의 생각은 그 동안 내가 회사와 교회 안에서 일을 하면서 누적되어 온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생기발랄하고 생명력있고 활기차고 능동적이고… 그런 active 하고 exciting 한 모습을 갖고 싶다. 그러나 늘 그렇게 잘 되질 않는다.
하나님은 나에게 1등이 되라고 한 적이 없다. 탁월하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눈의 띄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무엇이든 잘 하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1등이 아니어도 좋고, 탁월하지 않아도 좋고, 눈에 띄지 않아도 좋고, 잘하지 않아도 좋고… 그런데 난 그러질 못했다. 늘 무언가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 내 안에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1등이 되고 싶었다. 탁월하고 싶었다. 눈의 띄고 싶었다. 잘하고 싶었다. 실제 그렇게도 해보고 누려도 보았다. 그러나 …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마추어로서의 내 ‘수준’이었다. 내게 있는 가장 좋은 것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개념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내 안에 부담이 되면서 하나님 앞에서 기쁘지 않은 헌신을 하도록 하시는 하나님일까?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척, 내 안에 문제가 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척… 그러면서 하나님 앞에서의 헌신과 드림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교회는 그러나 그런 문제를 내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앞서가는 사람들과 잘 나가는 사람들만이 모델이 되어 우리에게 제시된다.
그것은 말만 다를 뿐이지 우리에게 늘 최선의 것을 요구하며 늘 1등이 될 것을 말하는… 세상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결국 세상과 교회가 구별되는 것이 없다. 그것이 내가 이 세상을 지금 살아가면서 느끼는 아픔과 슬픔이다. 늘 고지를 점령해야 하는… 늘 무언가를 성취하고 달성해야 하는… 무언가 목표한 만큼 보여주어야 하는…
영적이지 않은 것을 가지고 영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오류와 무식이… 오늘 나의 마음과 영혼을 지치게 만든다…
하나님… 도와주십쇼… 저를불쌍히... 긍휼히 여겨 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