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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2. 15. 03:11 스크랩

2006년 11월 19일 (일) 17:03 경향신문

[386, 과학공부 다시합시다] 유전자가 말하는 시대


지난 20년 간 이뤄진 생물학의 발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광대하다. 1990년대에 배운 지식도 바뀌는 판에 20년 전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지식은 더 이상 지식이라고 할 수 없다. ‘동물의 왕국’에서 뛰어 노는 사자나 호랑이를 관찰하는 것은 이제 생물학 연구의 주요 분야가 아니다. 우리 주변의 동물과 식물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로, 또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핵산 등의 물질로 연구의 중심이 옮아갔다. 생물 분류도 과거처럼 동식물의 외모에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유전자 내 염기 서열로 이뤄진다. 현대 생물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에 대한 관찰·분석을 통해 생명체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 ejung@kyunghyang.com〉

1. ‘종속과목강문계’그 위에 도메인

생물을 동물, 식물, 미생물로 나누는 방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형태에 따라 생물을 나누지 않고 진화의 경로에 따라 분류한다. 생물은 수십억년 동안의 진화 역사의 산물이다. 따라서 진화 경로에 따라 분류하는 게 타당하다.

20년 전만 해도 교과서는 생물을 식물, 동물, 원생생물로 분류했다. 각각 식물계, 동물계, 원생생물계로 가장 큰 분류의 기준은 계(Kingdom)였다. 문, 강, 목, 과, 속, 종이 그 뒤에 따라붙었다. ‘종속과목강문계’로 외우는 학생들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유전자 염기서열(rRNA)로 생물을 나눈다. ‘계’ 위에 도메인(Domain)이 있다.

전체 생물들은 ‘진핵생물’ ‘세균’ ‘고세균’으로 나눈다. 고세균은 온천이나 극지에 사는 특별한 세균들. 세포막 구성이나 유전자 서열이 확연히 달라 새롭게 분류체계에 편입됐다.

우리가 아는 동물, 식물은 모두 진핵생물계에 속한다. 흔히 ‘동물의 왕국’으로 잘못 번역되던 ‘동물계’(Animal Kingdom)는 총 생물군의 일부에 불과하다.

미생물은 말 그대로 작은 생물을 뜻할 뿐이며 분류체계 상의 이름이 아니다. 동물, 식물, 균류를 제외한 모든 생물들이 미생물에 속한다.

2. 조류 위에 ‘나는’파충류 있다

고생물학자들은 척추동물문(門) 아래 어류-양서류-파충류-조류-포유류로 이어지는 분류체계에서 ‘조류’(鳥類)를 빼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는 하늘을 나는 능력 때문에 오랫동안 물고기나 젖먹이동물들과 같은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고생물학자들의 화석 연구결과 깃털공룡이나 하늘을 나는 공룡이 등장하면서 새는 공룡에서부터 진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 새는 공룡의 하위 분류에 있게 된다.

생물학계에서도 조류와 파충류가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형태학적 분류로 오랫동안 굳어진 ‘조류’를 진화계통학적 분류방법과 어떻게 합칠 것인지는 정리되지 않았다. 명왕성의 행성으로서의 지위가 논란이 벌어지던 과도기처럼 새의 지위도 논란 속에 있는 셈이다.

3. ‘DNA→RNA→단백질’예외도 많다

1956년 프랜시스 크릭은 ‘DNA에서 RNA(리보핵산)가 만들어지고 다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중심 원리(센트럴 도그마)를 내놨다.

중심원리는 한동안 분자생물학을 지배하는 기본 공식이었으나 이젠 파괴됐다.

중심원리에 따르면 DNA가 DNA로 만들어지는 것은 복제, DNA가 RNA로 만들어지는 것은 전사, RNA가 단백질이 되는 것은 번역이라고 한다.

그러나 몇몇 바이러스들은 DNA 없이 RNA만 있어도 생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DNA→RNA의 전사 과정을 밟지 않고 RNA에서 DNA가 만들어지는 반대 현상을 보인다.

광우병의 원인이 되는 ‘프리온’ 단백질은 DNA, RNA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백질 수준에서 바로 복제를 한다. 병원체는 모두 생물체라고 생각했으나 단백질 혼자 병원체가 되는 새로운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4. 바이러스 감염 없이도 암은 발병한다

‘암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백히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흰쥐나 닭의 암 중에서 ‘비루스’의 감염이 원인으로 작용한 보기가 알려지고 있다’(고등학교 생물Ⅰ, 1984년 발행).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암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한두개 유전자가 아니라 오랫동안 돌연변이가 축적돼 암세포가 되는 것이다.

암의 원인자는 발암 유전자와 발암 억제 유전자가 있다. 이들은 암을 초래하는 유전자가 아니라 발생의 과정을 조정하는 유전자다.

나중에 이들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지나치게 활성화되거나(발암 유전자), 활성을 잃어버리면(발암 억제유전자) 암이 발생하게 된다.

비루스란 바이러스의 독일식 발음. 같은 말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발암은 현상학적으로는 맞지만 주된 원인은 아니다.

5. 신경계는 진화한다

과거에는 신경계가 신경 세포로 분화된 이후 더 이상 증식하지 않거나 신경세포로 분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성인의 뇌는 안정적이며 변화하지 않고 신경세포의 수는 고정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했던 스페인의 신경해부학자 라몬 카할의 도그마는 최근 성체줄기세포의 발전으로 폐기됐다. 성체의 신경계에도 다양한 신경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신경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대 신경과학에서는 ‘시냅스(신경세포의 연결부위)의 가소성 이론’이 지지를 받고 있다. 성인(성체)이 되어도 신경계는 구조와 기능이 달라질 수 있어 환경, 경험에 의해 역동적으로 재구성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뇌신경회로망은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처럼 외부 자극에 의해 바뀔 수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경진 교수는 “100년 전 신경과학의 틀이 잡힌 이래 믿어져왔던 이론들은 허물어졌고, 신경계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일반이론은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며 “지난 15년간의 뇌연구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정도로 발전했다”고 밝혔다.
posted by john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