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촛불집회와 법의 실패 / 금태섭 | |
등록 : 20110612 19:08 |
대학생들의 촛불집회를 금지하는 진짜 이유가 ‘교통 소통’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법률가로서,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법이 지켜지고 존중받기를 바란다. 그러나 때때로 누가 보더라도 공정한 법 적용이라고 하기 어려운 모습을 접하게 되면, 과연 그러한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위법행위라고 비난할 수 있는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지방선거 때의 선거법 위반 논란이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집회를 개최하거나 서명운동을 하거나 혹은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4대강 사업 반대 펼침막을 설치한 사람들이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그즈음 형사사건 변론을 위하여 검찰청을 찾은 필자는 그곳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안내 방송을 듣고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4대강 사업 홍보 강연을 실시할 예정이니 강당으로 모이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4대강 반대 서명운동을 하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피의자가 그곳에 있었다면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4대강 사업이 선거 쟁점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엄연히 근무시간 중인데도 공무원들을 모아놓고 4대강 홍보 강연을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똑같은 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했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하려고 드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누가 그런 불공정한 법 집행에 승복할 수 있겠는가.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짓고 불허 방침으로 대응한 경찰의 태도도 비슷한 모순을 느끼게 한다. 원래 반값 등록금은 지금의 여당인 한나라당이 처음 들고나온 정책이며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쇄신의 핵심은 등록금 문제”라며 “무상 등록금으로 할지 반값으로 할지 국민의 결단과 의견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 불과 보름 전이다. 경찰은 똑같은 주장을 하면서 집회를 여는 대학생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촛불집회는 목적에 있어서나 수단에 있어서나 불법으로 취급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연간 1000만원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에 해당한다. 자녀 두 명이 대학에 다니면 매월 160만원이 넘는 지출이 발생한다. 신고재산이 58억원인 오세훈 서울시장마저 두 딸의 등록금으로 허리가 휘는 줄 알았다고 하는 마당에 서민들 중 이런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학 다니기 위해서 휴학해야 하고, 아르바이트 하느라 수업을 빠지고, 급기야는 등록금 때문에 자살을 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항의 집회를 하는 것을 범죄라고 할 수 있을까. 경찰의 금지 이유는 지극히 형식적이다. 집시법상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는 교통 소통을 위하여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대학생들의 촛불집회를 금지하는 진짜 이유가 ‘교통 소통’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법에 대한 불신은 바로 이런 곳에서 생겨난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직후 수많은 시민들이 도심으로 쏟아져 나왔다. 촛불을 들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범죄가 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정부는 집회에 참가한 수천명을 집시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그것을 보고 법의 권위가 지켜졌다고 할 수는 없다. 법은 승복할 수 있을 때 힘을 발휘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다면 참담하게 실패한 것이다. 반값 등록금 집회에서 똑같은 일이 되풀이될까 봐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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