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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24. 16:07 스크랩

추천 : http://blog.joins.com/dima0306/11031256

‘행복한 야만인’에게 배우는 삶



이미 많은 이들이 접했을 신간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부제가 ‘일리노이주립대학장의 아마존 탐험 30년’으로 브라질 소수종족인 피다한에 관한 이야기인데, 고백컨대 나는 이 보석 같은 책에 요즘 푹 빠졌다. 묘미는 뒷부분의 반전이다. 선교 차 이곳을 찾았던 저자 다니엘 에버렛은 30년 고민 끝에 기독교신앙을 던진다. 이유가 이렇다. “피다한 족은 풍요로운 내면을 지녔으며,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린다. 그런데 누가 누구에게 진리를 설파하고 삶을 바꾸도록 강제할 것인가?”

철학적 울림의 다음 발언이 압권이다. “우리는 종교와 진리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도 행복할 수 있다.”(446쪽) 유전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나오는 “신 없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는 명제를 꼭 닮았다. 단 논쟁적이지 않고 유쾌하다. 놀랍게도 피다한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미개하다. 통과의례나 장식품, 숫자 개념도 없다. 마을 추장도 없으니 권력의 흔적조차 없는, 원시 그 자체다. 때문에 3만 년 전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그렸던 호모 사피엔스 와, 21세기 우리를 잇는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종족과의 생활 초기에 저자는 선교의 노하우를 찾으려 전전긍긍했다. 그때 누가 “저들이 결핍된 존재임을 일깨워주라”고 말했다. 그게 관건이었다. 그들은 원죄관념이 없었다! 죽음·질병 등 내일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난 채 ‘지금 여기’에만 충실할 뿐이다. 루소가 말했던 ‘행복한 야만인’일까? 여성학자 마거릿 미드의 인류학 고전『사모아의 성년』도 마침 생각난다. 미드가 관찰했던 사모아인도 원죄관념이 없었다. 단 기독교는 받아들였는데, 원죄관념을 뽑아낸 뒤 ‘사랑의 신’ ‘기쁨의 신’으로 바꿔버렸다.

어쨌거나 우리가 피다한족·사모아인처럼 살 수는 없다. 그런데도 왜 그들 삶에 끌릴까? 문명과잉과 강박관념에 찌들린 탓이 아닐까? 그게 10년 전 등장한 H.호지 여사의『오래된 미래』가 지금도 열렬하게 읽히고 음미되는 이유다. 기억하실 것이다. 그 책에 나오는 미소와 함박웃음으로 가득한, 그러면서도 위엄이 넘치는 티베트 지방 라다크인의 행복한 삶 말이다. 피다한 족도 그렇다. 얼굴에 항상 큰 웃음을 머금고 사는 그들은 친밀감을 표할 때는 냉큼 다가와 상대방의 몸을 자기 손으로 만지고 비빈다.

어색할 것 같다고? 그건 쿨하게 깔끔 떠는 것을 에티켓이라고 믿어온 우리의 고정관념 아닐까? 상대방에 대한 호의 대신 의구심·두려움을 품은 채 립서비스와 시늉만으로 사는 삶 말이다. 그게 얼마나 황량한 인간세상이란 말인가! 최소한 저자는 “그런 피다한 족의 친밀감 표시에서 더 이상의 환대를 상상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는데, 그만큼 세상이 변했다. 지금 반문명의 메시지는 생태주의·아나키즘·페미니즘과 연결돼 각광받으며, 관련 책도 부지기수다. 참고로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는 무슨 뜻일까. 밀림에 사는 그들의 귀여운 저녁인사말이란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posted by john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