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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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야만인’에게 배우는 삶
철학적 울림의 다음 발언이 압권이다. “우리는 종교와 진리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도 행복할 수 있다.”(446쪽) 유전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나오는 “신 없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는 명제를 꼭 닮았다. 단 논쟁적이지 않고 유쾌하다. 놀랍게도 피다한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미개하다. 통과의례나 장식품, 숫자 개념도 없다. 마을 추장도 없으니 권력의 흔적조차 없는, 원시 그 자체다. 때문에 3만 년 전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그렸던 호모 사피엔스 와, 21세기 우리를 잇는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종족과의 생활 초기에 저자는 선교의 노하우를 찾으려 전전긍긍했다. 그때 누가 “저들이 결핍된 존재임을 일깨워주라”고 말했다. 그게 관건이었다. 그들은 원죄관념이 없었다! 죽음·질병 등 내일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난 채 ‘지금 여기’에만 충실할 뿐이다. 루소가 말했던 ‘행복한 야만인’일까? 여성학자 마거릿 미드의 인류학 고전『사모아의 성년』도 마침 생각난다. 미드가 관찰했던 사모아인도 원죄관념이 없었다. 단 기독교는 받아들였는데, 원죄관념을 뽑아낸 뒤 ‘사랑의 신’ ‘기쁨의 신’으로 바꿔버렸다.
어쨌거나 우리가 피다한족·사모아인처럼 살 수는 없다. 그런데도 왜 그들 삶에 끌릴까? 문명과잉과 강박관념에 찌들린 탓이 아닐까? 그게 10년 전 등장한 H.호지 여사의『오래된 미래』가 지금도 열렬하게 읽히고 음미되는 이유다. 기억하실 것이다. 그 책에 나오는 미소와 함박웃음으로 가득한, 그러면서도 위엄이 넘치는 티베트 지방 라다크인의 행복한 삶 말이다. 피다한 족도 그렇다. 얼굴에 항상 큰 웃음을 머금고 사는 그들은 친밀감을 표할 때는 냉큼 다가와 상대방의 몸을 자기 손으로 만지고 비빈다.
어색할 것 같다고? 그건 쿨하게 깔끔 떠는 것을 에티켓이라고 믿어온 우리의 고정관념 아닐까? 상대방에 대한 호의 대신 의구심·두려움을 품은 채 립서비스와 시늉만으로 사는 삶 말이다. 그게 얼마나 황량한 인간세상이란 말인가! 최소한 저자는 “그런 피다한 족의 친밀감 표시에서 더 이상의 환대를 상상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는데, 그만큼 세상이 변했다. 지금 반문명의 메시지는 생태주의·아나키즘·페미니즘과 연결돼 각광받으며, 관련 책도 부지기수다. 참고로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는 무슨 뜻일까. 밀림에 사는 그들의 귀여운 저녁인사말이란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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