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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6. 01:05 스크랩

출처 : http://v.daum.net/link/5004469

생각 여행 2009/12/05 08:01 꺄르르

최저기온 -7℃까지 떨어져 올 들어 가장 추운 날,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은 오토바이 헬멧을 갖고 나타나네요. 씨익 웃으며, 아이고, 춥네요, 라고 말하는 그, 추위를 뚫고 바람을 가르며 약속 장소로 온 것이죠. 날씨는 매섭게 쌀쌀했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뜨거운 기운이 이글거리네요.

그는 <건투를 빈다>[2008. 푸른숲]라는 책을 내었지요. 자기 이름만을 내건 책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모 인터넷 서점에서 초단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며 “책 내용이 훌륭하니까.”라며 호방하게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김어준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더군요. 그를 만나 책과 세상 이야기를 해보았어요.

-지금까지 많은 글을 쓰셨는데, 본인 이름으로 처음 나온 책입니다.

지금까지 쓴 글들, 서로 다른 주제, 다른 기고 형식으로 썼던 자투리들을 묶어서 내는 건 별로라서 안 냈어요. 조금 쑥스럽기도 하네요. 이 책은 상담 연재물을 묶은 책인데 그것도 우연히 기획된 거예요. 몇 년 전 술자리에서 잡지사 기자랑 얘기하다가 상담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때, 다 잘 될 거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상담은 거짓말이며, 한편으로는 상담해주는 사람이 오만하다고 말했어요.

상담 받으러 온 사람은 약자고 어리게 생각해서 상처받을까봐 에둘러서 얘기하는데, 이런 모습은 무책임한 것이고 오만한 태도지요. 사실대로 얘기해야 하잖아요. 사람들은 상처를 정화하고 치유할 능력이 있어요. 제가 이런 식으로 비판을 하자 “그럼 네가 해봐.” 이래서 하게 된 거예요(웃음) 여러 매체에서 상담을 했는데 이번에 책으로 묶게 되었네요.

“세상엔 공짜가 없다. 돈이냐 사랑이냐가 아니라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를 물어야”

-글을 쓰면서 못 한 말은 있나요?

그런 거 없어요. 저는 생각하는 대로 글을 써요. 지면관계상 글이 제한되다보니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지요. 저는 그래도 그냥 내자고 했는데 출판사가 조금 더 친절하자고 해서 조금 가필했어요.

고민 상담을 하면서 이런 건 있더라고요. 왜 사람들이 고민 상담을 하면서 답을 못 얻는지 느껴지더라고요. 먼저 질문을 정확히 못해요. 돈이냐, 사랑이냐, 많이 물어요. 그런데 이것은 질문이 잘못 되었어요. 이렇게 물어야 해요. 내가 언제 행복하냐? 세상에 공짜가 없으니까요. 자기가 언제 더 행복한지를 무엇인지 물어야 해요.

다음으로 질문의 대상이 잘못 되었더라고요. 남 말고 자기에게 물어야 해요.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답이 나오는데, 파악이 안 되니까 일반론 밖에 안 나오게 되지요.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자기를 너무 소중해 해요. 여기는 두 가지 경우가 있어요. 자기애가 있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에게 별로 관심이 없고 상처를 안 받는데, 자기애는 있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기 보호를 하려고 골머리를 앓아요. 자기변호하고 방어하느라 바쁘고, 자기에게 관심이 너무 많더라고요.

-사람들에게 건투를 많이 빌어줬는데, 자신에게 건투를 빌어준 사람이 있다면?

멘토를 물으시는 거라면 저는 없었어요. 제가 잘나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제 경험이 앞길을 밝혀주더라고요. 저는 여행을 많이 다녔거든요. 재미있으니까(웃음) 뭘 깨우치거나 교훈을 얻으려고 간 것은 아닌데 여행가서 경험을 얻고 새로운 것들을 만나게 되잖아요. 여러 경험이 누적되다 보니 어느 순간 세상이 보이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배우게 된 것이죠.

군대 갔다 온 뒤부터 여행을 다녔어요. 스물 중반이었고 여행자유화가 된 직후지요. 대학 들어가면서 집을 나와 독립을 했지요. 학비도 벌어야했고 용돈도 있어야 하니 노가다를 했어요. 벽돌 쌓는 조적공을 해서 돈을 벌었어요. 그 돈으로 오스트리아를 갔어요. 오스트리아를 왜 갔냐면 당시에 가격이 가장 싸면서 제일 멀리 가는 노선이었거든요.^^

그렇게 3개월 갔다 오니까 또 가고 싶은 거예요. 여행사를 찾아갔지요. 여행사를 설득해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을 제가 대신해주거나 필요한 사진들을 찍어주는 대가로 비행기 표를 얻었지요. 그렇게 여행을 또 갔다 왔는데 다시 가고 싶더라고요.(웃음) 이번엔 여행사 안내자도 하고 여행지에서 가이드도 하면서 재미있게 여행했어요.

여행을 처음 가면 신기한 것들이 먼저 보여요. 나라마다 풍속이 다 다르고 사는 모습이 다르지요. 그러다 10나라, 20나라 돌아다니다보니 어느 순간 사람 사는 데는 다 통하는 규칙이 있더라고요. 바로 상식이죠. 보편으로 통하는 상식만 남더라고요. 그게 사는 본질이고요. 그 기준으로 살면 되지요. 여행하면서 얻은 경험이 방향타가 되었지요. 30대 초반에 그러한 생각들이 형성이 되었고, 그 기준으로 살아가게 되었죠.

-김어준씨는 지식인이라 하기에는 조금 다른 면이 있는데, 공부를 어떻게 하나요?

아니에요. 저 지식인이에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저는, 이거 왜이래, 나 지식인이야, 이래요. ^^ 책을 좋아해요. 불성실하게 읽지만, 50쪽 정도 읽고 아, 이게 이런 책이구나, 느끼며 다시 앞에 차례를 보고 중간 중간 읽고 싶은 데를 읽어요. 그렇게 하루에 한권정도 읽어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태권도 시범을 따라하고 있다. @청와대

“현 정부는 진정한 투명정부, 이명박 대통령과 인터뷰하고 싶어”

-이렇게 사람들 고민도 들어주고 인터뷰 많이 하셨는데 지금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 하고 싶어요. 서울시장할 때 했었지만 지금은 또 다르잖아요. 현 정부는 진정한 투명정부예요. 뭘 해도 속이 다 보이잖아요. 정국을 보면 모순이 많고 자가당착이 많은데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해요. 그런 맥락에서 인터뷰하고 싶어요.

예로 오바마와 김정일 회담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반대는 반대할 힘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거예요. 지지한다와 반대한다만 있을 뿐이죠. 그런데 지지한다고 하면 보수진영에게 눈치 보이니까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혼자 외치는 소리들이 우습고 재미있어요. 지금까지 해놓은 게 없으니까 거대담론 꺼내서 일하는 거 보여주려고 하잖아요. 많이 외로운 거 같고 강박도 있는 것 같고 그러네요.

보수가 불쌍해요. 요즘 지만원씨가 화제가 되었잖아요. 어떻게 그 정도 논리와 담론이 보수를 지탱하는지…… 저는 오늘, 현재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보수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과거부터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이 완숙하여 귀납된 것을 오늘로 봐요. 공동체의 산물이지요. 진보는 오늘을 출발점으로 보죠. 연역식인 거죠. 아예 기준이 다른 거예요.

그런데 한국보수들은 원칙과 전통이 있어야 하는데, 없어요. 박정희, 전두환 쿠데타 일으켰잖아요. 원칙과 전통을 깨뜨리는 행위이기에 보수철학에서는 용서할 수 없어야 해요. 그런데 한국보수는 박정희, 전두환을 좋아하잖아요.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한국 보수는 보수가 아니에요. 한국은 보신이 보수고 반공이 보수며 욕망이 이념이 되었어요. 지만원씨가 딱 그 경우에 들어맞아요. 안타깝지요. 실제로 보수가 이 정도 철학기반에 있다는 사실을 슬퍼해야 해요. 보수진영에서 지만원씨에 대한 반론이 나와야 하는데 없잖아요.

-김어준씨는 자신의 성향을 어떻게 생각나요?

저는 엄밀하게 정치철학을 따지자면 우파에 가까워요. 자유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데 스스로는 본능주의자라고 하지요.(웃음) 자유주의는 우파 기조 위에 세워지는데 한국에서는 좌파가 되었어요. 정치철학이 일그러져있는 것이죠.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당선인과 닮았다고 했잖아요. 그 말을 할 정도로 정치철학이나 정치지형에 개념이 없다는 얘기죠. 실제로 둘은 대척점에 있잖아요. 뭐가 똑같은지 어이가 없지요.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각각 국민의 5000만 정도는 그들을 싫어하죠. (웃음)

-최근에 관심 있는 게 있다면 ?

이보디보, 진화생물학에 매력을 느꼈어요. 통섭이라고 하지요. 지금까지는 인간의 눈으로 봤는데, 알고 봤더니 사람도 지구의 풍경에 불과하더라고요. 이것은 그저 사변철학이 아니라 실증과학으로 풀어내려는 거죠.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알면 알수록 재미있더라고요. 인간의 어리석음, 오만함을 돌아보게 되고요. 동물다큐멘터리 보면서 써볼까 생각이 드네요. 두 번째 책을 내게 된다면 동물과 인간이야기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엔 식당 하나 차려서 말 통하는 사람들과 지내고 싶어, 조선일보 열독자들은 출입금지!”

-꿈이 있나요?

오늘을 살지요. 저는 미래 걱정을 안 하지만 이런 건 있어요. 나중에 식당 하나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요. 저는 세계관이 맞는 사람이나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지내고 싶어요. 그렇다고 즐겁게 놀고먹고 그냥 그럴 수는 없으니까 식당을 하는 것이죠. 테이블은 서너 개 정도해서 옆 사람들과도 얘기할 수 있게 하려고요. 대신 메뉴는 제가 정하고 손님은 자리 예약만 할 수 있지요. (웃음)

요리요? 요리는 직접 해야지요. 50대 때부터 하나씩 배우려고요. 조선일보 열독자는 출입금지고요. (웃음) 철저한 예약제에 뜻이 맞고 주제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50대 때 요리도 배울 겸 다른 나라가서 여행안내자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딴지일보가 뜸했습니다.

뜸했는데, 시대가 딴지를 부르는 것 같아요.(웃음) 내년부터 바짝 해보려고요.

그는 빼어난 말솜씨로 듣는 사람을 웃게 만들고, 자신도, 허허허, 시원하게 웃었지요. 신나게 이야기를 나눈 뒤 다시 오토바이 헬멧을 들고 휭~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에 힘이 느껴졌습니다. 큰 몸집과 다르게 자유로운 그의 생각과 활기찬 모습에 저도 모르게 씨익 웃게 되더군요.

생기가 흐르는 김어준과 다르게 세상은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고 있어요. 저마다 아우성치면서 누가 더 힘든지 마치 경쟁하는 것 같지요. 재미있게 살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사람들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을 때 다시 그가 나타나겠지요. 바짝 긴장하고 힘들어가 있는 사람들에게 똥침을 놓으며!

사전에서 건투라는 말은, 의지를 굽히지 않고 씩씩하게 잘 싸움, 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해요. 의지를 굽히지 말라는 얘기는 먼저 의지가 있어야 된다는 말이겠지요. 그저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투정부리기 전에 자신에게 의지가 있는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의지가 있다면 잘못 된 것은 없는지 꼼꼼 따져보고 돌아볼 줄 알아야겠지요.

살면서 위로도 필요하지만 사실을 제대로 마주보고 껴안아야 하지요. 자신을 안 뒤에 건투를 빌어줘야 도움이 되지요. 이미 답은 자기 안에 있는데, 다른 곳에 가서 헤맬 이유 없지요. 그리스 시대 이후로 너 자신을 알라는 주제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중요한 화두지요. 자신을 제대로 알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에게 건투를 빌고 싶네요.

posted by john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