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운 / 치유·생태 연구가
후기 자본주의, 전통적 산업사회, 첨단 전자 산업과 생명공학 산업이 혼재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사회는 전문 직업에 따른 제각각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대학은 그 사회가 요구하는 각 분야의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인재를 교육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사회가 점점 세분화되어지고 전문화됨에 따라 자기 영역만 알고 그외는 무관심하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전공하는 분야 이외는 상식적인 지식을 제외하고는 모르기 마련이다. 법률도 그렇고 의학도 그렇고, 이렇게 보면 붕어빵 굽는 것까지도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다.
그러니 자기가 모르는 분야에서는 사기를 당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게 되어 있다.하물며 변호사도 사기를 당한다고 하지 않는가? 자기가 전공하는 분야에서는 어느정도의 직업관, 윤리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만, 그 외에는 다소 무관심과 무신경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번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허위 논문 파동은 이런 나를 위주로 한 시스템 밖에는 무신경한 우리 사회의 구조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하겠다.
지금 우리나라의 기후는 혹한의 겨울이지만 뜨거운 열기로 전국을 달구고 있는 이슈가 다름 아닌 황우석 줄기세포 파동이다. 많은 주당들이 술을 먹을 때 안주거리로 삼고 있다. 단골 술 안주인 정치 이야기는 저멀리 팽개쳐버린 채 말이다. 이번 파동은 어느새 국민들 모두가 최첨단 생명공학의 상식을 업그레이드해놓는 교육장이 되기도 하였다. 왜 이런 희대의 최첨단 사기가 가능할까? 전문적 지식은 무식한 대중을 속일 수 있다는 걸로 판단되는 걸까? 그렇지가 않다. 애당초 수많은 세계의 생명공학 박사들을 사기치려고 한 발상 자체가 잘못되었다.
그것은 한 개인의 인간성의 문제이다. 한 개인의 죄성이 가득찬 인간성이 이 세상를 평화와 재앙으로까지 몰고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어느 전문가라도 인간성이 바르지 않으면 그것은 개인에게는 불행이고 사회에서는 재앙이다. 비록 목사라도 교수라도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결과는 돈과 관련된 인간성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전문적인 지식이 얼마만큼 위험하고 국가적 재앙으로까지 몰고가는 사태로 갈 수 있다는 최첨단적 위험스럽고 불안전한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 한국교회와 우리 성도들이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생명공학의 전문적인 지식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그저 뉴스로만 접할 뿐이다. 이번 황우석 교수 허위 논문 파동을 보면서 그 사실과 허구를 가늠할 수 있는 일반적 상식은 가졌다고 본다. 이미 언론은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줄기세포가 없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났다.
15일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없다"는 폭로와 MBC PD수첩 후속부 특집 방송을 시청한 국민과 네티즌은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발표했던 연구 성과의 진실성에 대해 큰 혼란에 빠졌다. 이번의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의 언급이 실제 사실이라면 황우석 교수뿐 아니라 정부와 과학계 또한 국민들의 왜곡된 정서 등 모두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말 그대로 국가적 재앙으로까지 치닫으며 동시에 심리적으로 공황 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있지도 않은 줄기세포로세계적으로 사기를 치다니 참 암담하기만 하다. 그리고 황우석 교수를 옹호하던그많은 사람들,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여성분들이 줄을 지었고 마치 목숨이라도 바칠 듯한 순교적 분위기가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가 지배하였다.
이렇듯 진실은 어떻게든 드러나게 마련이다. 단 그만한 진상 파악 노력을 하고 혹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드러나는 법이다. 문제는 부패와 비리가 고착화되고 시스템화된 우리 사회의 악의 구조 속에 숨어 있는 거짓이 순순히 밝혀질 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줄기세포 논문의 위력 은 맹목적 애국심으로 무장한 여론이 막강한 언론인 MBC를 궁지에 몰고 가고 PD를 십자가에 매달았다. 그 막강한 언론도 그럴진데 힘없는 개인은 찍소리도 못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놀랍게도 과거 안기부의 도청 사건과 정치적 의혹 사건들이 줄줄이 터져나와 밝혀지고 있는 투명한 사회로 전환되는 시점에 놓여 있다. 어느 대형 부정부패의 사건인들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번 허위 논문 사태는 내부 제보자와 언론의 힘이 컸다. 그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이 시점에 우리 한국교회 안의 실정을 살펴보자. 황우석 교수의 허위 논문은 내부 제보자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실험과 검증이 가능하기에 거짓임이 드러났지만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내부로 가 보자. 한국교회의 목사들을 양성하는 신학대학의 교수의 논문 가운데 이런 거짓 논문이 없다고 장담은 하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아무런 의심의 여지가 없는 문제가 지금 시점에서 왜 이런 의구심을 가질까? 그것은 "아! 이렇게도 사기를 치는구나" 하는 최첨단적 신종 수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똑똑하고 머리 좋은 한 사람이 수많은 멍청한 사람들을 속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번 황우석 교수 파동으로 인해 느낄수 있었다. 황우석 교수가 불자라서 다행이지 그가 만약에 하나님 이름을 팔아 한 점의 부끄럼이 없다고 했을 때 한국교회의 반응은 어땠을까? 성명서를 낸다, 기도회를 한다, 촛불시위를 한다 등등 야단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학교를 투명하자고 하는 사학법 개정에도 이렇게 야단을 하고 순교를 각오한다고 하니 말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신학대학 교수, 대형교회 브랜드 목사, 부흥사, 간증 전문가들의 논문, 설교와 예화 간증의 검증 작업이 부족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가공하고 허구의 논문, 허구의 예화와 간증들이 진실된 것으로 전달되어질 때 순진한 성도들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역사적인 진실로 받아들이는 오류가 무수히도 많았을 것이다. 특히 부흥사와 간증 전문가들은 이번 황우석 교수와 같은 허위의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감히 누가 무슨 수로 검증 작업을 하겠는가? 같은 통속인데 누가 누구를 검증하자고 할 것인가? 병이 고쳐졌다, 암이 완치되었다,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 이렇게 기도하였더니 축복을 받았다, 십일조를 하였더니 사업이 번창하였다, 자동차에 기름이 없어 물을 넣었더니 가더라 등등 이런 류의 예화들을 미사여구의 수식어로 실제 상황처럼 연출, 각색하여 성도들을 속여왔고 성도들은 무조건 믿었다. 의심은 털끝만큼도 가지지 않았다. 그게 믿음인 것처럼 여겼다. 마치 이번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허위 논문 파동처럼 영웅으로 애국자로 난치병 치료의 구세주처럼 열광하였던 것처럼 주의 종들을 우상화하고 대접하고 열광하는 데 바빴다.
최첨단 생명공학의 분야에서도 이런 조작의 진실이 드러나고 각종 의혹들이 과거사 진상 규명 차원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한국교회 안의 신학과 목회에 있어서 수많은 의혹들도 이런 검증 작업과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000교회와 몇몇 대형교회가 이런 의혹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따라서 황우석 교수 파동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한국교회의 질적인 차원에서 반성과 개혁과 자정의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황우석 교수 파동은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국제사회에서 최첨단으로 창피를 당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엄청난 국익이 하루아침에 엄청난 손실로 곤두박질쳤다. 엄청난 국가 재정 지원, 후원회의 지원, 명예 등등의 인센티브의 유혹에 자기의 학문적 양심을 팔았다. 이는 앞서도 말했지만 개인의 도덕적인 양심과 죄성을 소유한 인간성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 안에 잠재되고 있는 거짓과 의혹들이 엄청난 하나님의 영광으로 포장되고 있는데 그런 진실들이 언제까지 감추어진다고는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교회 안에도 제2의 황우석 교수와 같은 신학대학 교수, 브랜드 목사, 전문 부흥사가 없을까? 그렇지가 않다. 분명히 숨어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보편적 은혜주의 포장에 가려진 정의와 개혁적인 기독 언론과 양심있는 내부 제보자가 없었기 때문에 은혜롭게 그런 비밀이 유지되어 왔을지도 모른다. 세계교회사 중에 유례없는 부흥과 성장이 오히려 세계교회에 유례없는 창피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교훈을 이번에 우리는 느꼈다. 그렇다면 어찌 될 것인가? 양심선언이라도 해야 하는가? 아니면 관례상 은혜로?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가는 게 미덕일까? 그것은 한국교회 양심 있는 교수와 목사들과 성도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기도히면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최종운 / 치유·생태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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