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24.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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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유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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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책세상 |
인간 문명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종교는 원시적인 토템종교를 시작으로 현대종교의 큰 줄기를 이루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개인의 안정과 이웃에 대한 사랑, 공동체사회 유지를 위한 평화와 안녕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이러한 종교적 가치에 반하는 일부 종교계의 모습은 종교의 본질과 기능에 대한 회의감과 의문을 품게 만든다. 성전(聖戰)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전쟁과 종파간의 분열, 일부 성직자들이 행하는 파렴치한 범죄들로 인해 그들이 추앙하는 종교자체가 '입도선매'로 비판을 받곤 한다.
책 <종교와 심리학의 만남>은 이러한 종교의 병리현상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이젠 '종교' 그 자체에서 '종교인'에게로 논의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그 동안 종교라는 영역에서 터부시되어 온 인간의 심리와 역할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이 시대의 왜곡된 종교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해법이라고 분석한다.
"아빠, 하느님은 왜 전쟁을 만드셨어?"
이라크전이 발발하던 때 미국에서 유학시절을 보내던 저자는 자신의 딸이 유치원에서 이라크전쟁을 다룬 비디오를 보고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기도를 했다고 한다. 이후 어린 딸은 비디오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면서 사람을 죽이고 전쟁을 일으킨 것도 신이 아닌가 하는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만약 이라크전이 기독교와 이슬람간 종교적인 분쟁, 전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전쟁과 폭력의 기원이 과연 그들이 믿는 하느님이나 혹은 알라신에게서 온 것인지, 아니면 인간 내면의 문제인지 하는 의문에서 오는 신학적인 당혹함은 결국 저자에게 자신의 딸이 던진 질문에 쉽게 답변을 내리지 못하게 한다.
매일 아침이면 기도와 성경 읽기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한 강대국의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나, 성전이라는 명목으로 숱한 젊은이들을 자살테러 현장으로 내모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러한 종교적인 병리현상을 심리학과 연관된 선상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종교와 심리학의 통합적인 만남은 한 개인이 혹은 집단이 어떤 과정을 통해 '종교적인 대체행위'를 하게 되는지에 대해 자세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은 종교가 어떻게 개인의 혹은 집단의 '대처기제'로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폭력이나 전쟁을 신의 지상명령으로 보는 종교적인 대처행위는 사실 매우 심리적인 기제다."
종교와 심리학의 만남,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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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논문 <강박행위와 종교행위>는 종교에 대해 매우 공격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저자는 프로이트가 종교와 심리학의 만남을 단지 충돌로만 보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프로이트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개원해 수많은 신경증 환자치료에 나섰는데, 그 과정에서 신경증환자들의 강박적 행위가 종교인들이 신앙생활과 종교의식에서 보이는 과민한 집착과 강박증적인 태도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신경증 환자들의 강박적 의례행위는 종교인의 '신성한 행위'와 유사하다. 그 의례행위를 누군가로부터 방해받으면 참지 못하고 마치 '신성모독'처럼 느끼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처럼 프로이트의 <강박행위와 종교행위>에 나타나는 심리학과 종교의 만남은 결코 충돌의 모형이 아니다"며 "오히려 종교와 심리학을 엮는 그의 해석학은 종교와 심리학간의 대화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반면에 저자는 "프로이트의 결론은 종교를 그 자체가 집단적인 강박신경증이므로 극복해야 할 정신병으로 몰고 가면서 통합보다는 충돌로 마무리된다"면서 "이러한 관점에서 프로이트가 언급한 종교에 대한 모든 담론이 종교인들에게는 귀 기울이기조차 싫은 허튼 소리가 되고 말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종교와 심리학의 만남>은 영성적이며 정신적 영역인 '종교'와 사회과학 분야인 '심리학' 사이에 새로운 관계정립과 대화를 시도한다.
저자는 "21세기에 주어진 우리의 과제는 또 다른 100년을 향해 종교와 심리학의 만남을 자리매김하는 일"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종교는 궁색한 자기변명과 위험한 파괴행위의 근거가 될 수 있고, 심리학은 인류의 공멸을 지켜보기만 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나태한 과학이 되고 말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책은 더 나아가 발달심리학, 사회심리학, 정신분석학, 문화심리학 등을 선별적으로 선택해 다양한 심리학적인 접근과 그 통합적인 만남을 시도했다. 이 시대에서 흔히 목격되는 종교의 병리현상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이젠 '종교' 그 자체에서 '종교인'에게로 논의의 방향을 수정하면서 그 해석학적인 도구로 다양한 심리학적인 기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년 신앙 연륜의 기독교신자 입장에서 쓰는 독후감
나는 지난 1986년부터 교회에 출석한 기독교 신자다. 비록, 신앙연륜은 20년이지만 사실 공개적으로 내 자신의 종교를 거론하는 것은 그 동안 쌓아 온 나의 신앙생활의 태도나 질적인 부분으로 평가해 보면 솔직히 내세울 만하거나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신앙생활 동안 성가대와 청년회활동, 12년에 가까운 중·고등부 교회학교 교사, 교회신문 편집장, 교회홈페이지 관리자 등 나의 20∼30대 삶에 있어 종교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교회에서 함께 활동한 선배들, 내가 가르친 후배들, 숱하게 계획하고 추진했던 많은 교회 일(?)들….
교계에서도 건전한 교단으로 인정받는 장로계열 교회에서 그 동안 체험해 온 신앙생활 20년을 결산(?)해 보면, 사실 신앙적으로 더 성숙했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교회 내에서 발견되는 세상의 법칙과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필연적으로 겪게되는 스트레스, 자신의 신앙적 체험을 합리화하거나 연륜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사람들, 그리고 성도 개개인의 영적인 갈급함을 해소해 주기보다는 외형성장에 매달리는 교회시스템 등에 의해 피로감만 쌓였을 뿐이다.
종교활동에 있어 일종의 '안식년'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요즘에 읽게 된 <누구를 위한 종교인가 - 종교와 심리학의 만남>은 개인적으로 '종교적 안식년'에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짧지 않은 신앙생활 동안 교회안팎으로 받았던 다양한 종교적인 스트레스와 의문점에 대한 해답, 그 해소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기능하는 종교는 결코 닫힌 체계로 종교인을 초대하지 않는다. 자신이 믿는 종교만이 절대적이라고 마침표를 찍는 종교인들을 통해 기능하는 종교는 강박적이고 배타적이다. 종교는 겉으로 보이는 것이나 내가 판단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여기고, 신비 앞에 겸허해지는 종교인들을 통해 가장 건강하게 기능한다.
종교의 이름으로 분열과 폭력이 자행되는 오늘날, 자신의 종교성의 내면적 기능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종교로 포장된 심리적인 억압을 과감하게 걷어내는 종교인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야만 전쟁으로 시작한 21세기에 종교인 자신도, 그리고 폐기되기 일보직전에 있는 종교도 해방시킬 수 있다." (책 본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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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웅 기자 (2006년 6월 16일 (금) 08:38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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