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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23. 23:39 스크랩
[내 삶의 멘토] 정석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장의 제임스 B 애시 브룩 박사

[2008.04.22 17:34]


목회상담학을 공부하는 과정은 긴 여정이었다. 1988년 9월16일. 목회상담학의 명문인 게렛신학교와 노스웨스턴 대학이 있는 미국 시카고에 도착했다. 나는 당시 목회상담학이 미래 한국교회와 사회에 꼭 필요한 학문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학위를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 9년의 시간은 인생의 목적지에 대한 끝없는 갈등의 시간이기도 했다. 낯선 언어와 문화는 차치하고 학원목회에 익숙해 있던 내게 유학생활은 정말 힘들었다. 외로움으로 극심한 적응장애를 겪기도 했다. 이때 하나님께서 내게 보내주신 천사가 바로 제임스 B 애시 브룩 박사였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브룩 박사는 게렛신학교의 학생과 교수들 모두에게서 학문적 존경과 인간적인 사랑을 받는 분이었다.

갓 유학 온 나에게 브룩 박사의 이름과 그 권위는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큰 것이었다. 그런 분이 내게 다가오신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호숫가를 산책하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아침인사를 건넸다.

"아침마다 호숫가를 산책하는 너를 보았다. 적응은 잘 되느냐?"

브룩 박사였다. 이 사소한 만남을 계기로 나는 세계적인 목회상담가인 브룩 박사를 때로는 에반스톤 거리의 패스트푸드점에서, 때로는 그의 자택에서 만나며 친구처럼 사귈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가족들과 친구들이 부르는 '짐'이란 애칭으로 불러 달라고 했다. 나는 그때 호칭의 변화가 사람 사이의 간격을 얼마나 가깝게 만들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됐다. 그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는 상대방에게 자신을 공개해 가까워지는 특유의 친화력을 갖고 있었다. 내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63세의 노학자였고, 이미 5년째 대장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그는 투병을 통해 깨달은 지혜를 목회상담학의 지혜로 삼는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을 포함한 서구의 신학이나 심리학이 지나치게 이성적인 '좌뇌중심적 학문'을 전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감성적이고 체험적인 '우뇌중심적 삶'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안식년을 얻어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에 특별입학해 21세기의 학문이라고 하는 뇌과학을 탐구하고 마침내 '뇌신학'(Neurotheology)의 창시자가 됐다. 그는 1999년 하늘의 부름을 받을 때까지 14년을 넘게 대장암을 친구 삼아 자신의 삶을 기쁘고 즐거운 축제와 소풍길이 되도록 항상 밝은 모습으로 노력했다.

나에게 캐롤 와이즈 장학금을 받도록 추천하신 분도 브룩 박사였다. 대상자에게 당시 3만달러의 수업료 전액을 장학금으로 주었다. 브룩 박사가 나를 불러 올해의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지었던 감격스럽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97년 봄. 논문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하기 전, 짐의 연구실에 인사차 방문했다. 그는 서재에 있는 책 중에서 아무 책이나 가지고 싶은 만큼 가져가라고 권했다. 노 학자가 자신의 삶의 마지막 길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그분의 손길과 온정이 담긴 소중한 책들 몇 권만 골라 가지고 나왔다. 결국 그 만남이 이 땅에서 짐과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내가 한국에서 정신없이 바쁘게 상담학의 자리를 넓히기 위해 뛰어다니던 99년 3월 어느 날, 짐은 시카고 에번스톤의 자택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나의 멘토, 나의 스승, 그리고 나의 친구 짐-애시 브룩 . 그분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들의 삶은 무엇을 아는가, 무엇을 이루었는가만큼 '누구를 어떻게 아느냐'도 참으로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가 남긴 삶의 자취와 사랑의 향기를 다시 느낄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



누구인가

◇정석환 원장=연세대 신과대학, 연합신학대학원 졸업,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목회상담학 박사. 현 연세대학 연합신학대학원장 겸 신과대학 학장, 한국기독상담학회 회장.

◇제임스 B 애시 브룩 박사=21세기의 학문이라 말하는 뇌과학을 탐구한 '뇌신학'의 창시자, 미국 게렛신학교 목회상담학교수. 말년에 14년을 넘게 대장암을 친구 삼아 기쁘게 살다 1999년 타계했다.

posted by john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