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is

바쁜 30대 부부, 그들만의 모임 필요해

johnworld 2007. 12. 24. 17:50
▲ 30대 젊은 부부는 미혼 청년들과 대화나 관심의 차이를 느끼게 되고, 결국 임신하고 아기가 생기면서 청년부에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된다. ©연합

흔히 ‘신세대’도 ‘쉰세대’도 아닌 ‘낀세대’라고 불리는 우리 사회의 30대. 이들은 ‘386세대’와 ‘포스트386세대’, ‘미혼’과 ‘기혼’이 공존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교회적으로는 ‘청년부원’과 ‘장년부원’이 공존하는 세대다. 따라서 목회현장에서도 30대를 위한 목회가 따로 이뤄지지 않고, ‘청년목회’와 ‘장년목회’ 안에서 다뤄지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더욱 튼튼해지려면 30대들만이 지니는 세대적 특성에 대한 이해의 바탕 위에 이들 ‘30대를 위한 목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결혼한 30대들을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직장ㆍ가정ㆍ신앙생활 중, 신앙생활 가장 소홀히 해

우리 사회는 ‘청년기의 연장’이라는 사회 현상으로 인해 30대 기혼자 대부분이 결혼 5년 이하의 ‘젊은 부부’다. 이들은 생애발달 주기에 따라 맞이하게 된 ‘익숙하지 못한 결혼생활’로 인해 30대 미혼자들과는 달리 이해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천신학대학원 정재영 종교사회학교수는 “30대는 더 이상 무비판적으로 쉽게 믿고 금방 뜨거워질 수 있는 젊은이는 아니지만, 자기 고백적 신앙에 흔들리지 않고 서 있기엔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는 세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30대 젊은 부부는 이러한 세대적 특성 외에 직장에서의 불안한 위치와 과중한 업무, 가정에서의 육아와 가사부담 등으로 인해 교회활동에 소극적이 됨으로써 신앙의 침체기를 맞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하이패밀리 여한구 사무총장도 “한국의 30대들은 할 일이 많아 정말 바쁘다”면서 “직장에서는 신입을 벗어나 본격적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원 수강 등 자기계발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고, 집안이나 친구, 직장동료들의 결혼, 돌, 집들이 등의 행사나 모임도 많아 부지런히 쫓아다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청년들이 결혼을 하면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에 대한 책임감은 많이 생기는 반면, 신앙생활에 대한 책임감은 뒤로 밀려 주일 성수마저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직장ㆍ가정ㆍ신앙생활 중, 신앙생활을 가장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동일시하고 규범을 따르는 준거집단은 청년부

이러한 문제는 이들의 신앙이 자라야 해결된다는 견해다. 따라서 이들의 신앙이 자라서 이러한 것들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교회가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 ‘젊은 부부’들을 위한 모임을 따로 만들어 이들만을 위한 목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젊은 부부를 위한 목회를 잘 하고 있는 교회도 일부 있다. 이들 중, 신혼부부로만 구성된 모임의 필요성을 느낀, 청년부에 소속돼 있던 신혼부부 몇 가정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높은뜻숭의교회(김동호 목사) ‘젊은 부부팀’ 모임은 이러한 모임이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젊은 부부팀’ 담당교역자 손석일 전도사는 “젊은 부부들만을 위한 공동체의 필요성은 신혼부부반이 자발적으로 생성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면서 “미혼 청년들과 대화나 관심의 차이를 느끼게 되고, 결국 임신하고 아기가 생기면서 청년부에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혼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아기를 임신하고 낳아 키우는 것에 관한 의견을 서로 나눌 수 있고, 부부성경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재영 교수는 “젊은 부부들은 대개의 경우 결혼과 동시에 기성세대의 모임인 전도회나 선교회로 편입되지만 이들이 스스로 동일시하고 규범을 따르는 준거집단은 청년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 접하는 취업, 결혼, 출산, 육아 등을 경험하면서 자신에 대해 차분히 성찰할 기회도 없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기성세대로 편입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교회는 이 시기에 속한 교회 구성원들이 자기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부적응 탓하기 전에 몸에 맞는 옷을 준비해야

정체성 확립을 비롯해 이들 30대 젊은 부부들 신앙성장을 위한 구체적 목회방안으로 ‘이들 젊은 부부들만의 모임을 통한 삶의 나눔과 교제, 성경연구 및 가정사역’을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손석일 전도사는 “신혼부부학교나 부부세미나 같은 단기 프로그램으로는 젊은 부부들에게 채워지지 않는 갈급함이 있다”며 “교회는 이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인식해 이들이 건강한 영적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젊은 부부들은 바쁘고 힘들고 외롭다”면서 “젊은 부부들이 쉼을 얻을 수 있고, 한 주 동안 힘들었던 일을 풀어 놓아 육아 및 사회생활로 지친 마음을 재충전 할 수 있는 모임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이패밀리 가정사역아카데미 김향숙 원장은 이들 모임의 필요성과 관련 “기성세대에 가까운 교육 방식이 진행되는 남전도회와 여전도회에 젊은 부부들을 소속시키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혀 놓고 옷에 맞게 빨리 자라라고 재촉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따라서 그는 “왜 성장하지 못하느냐, 왜 적응하지 못하느냐고 탓하기 전에 몸에 맞는 옷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부부들만의 모임을 통해 정기적이고 밀접한 관계를 형성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한구 목사는 “젊은 부부 모임에서는 신앙적 가정이해ㆍ대화법ㆍ임신ㆍ태교ㆍ출산ㆍ육아ㆍ성생활ㆍ재정관리 교육 같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통한 가정사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부부의 때는 임신, 출산, 육아, 성, 가정 및 직장 생활의 양립에 따른 남녀역할 조정, 시댁이나 처가 같은 다양한 관계에 대한 적응과 씨름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주일예배시간만이라도 자녀 양육으로부터 해방되도록 도와야

젊은 부부만의 모임을 별도로 만들지는 못한다 해도, 주일예배시간만이라도 자녀 양육으로부터 해방돼 배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목회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주일예배가 전부이다시피 한 이들이 아기를 돌보느라 주일예배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향숙 원장은 “젊은 부부는 영유아기 자녀 때문에 예배를 제대로 드릴 수 없어서 영적으로 영양 실조에 걸리기 딱 좋다”며 “젊은 부부 부서에서 돌아가면서 아이를 맡아 준다든지, 자원 봉사자를 구한다든지 교회형편에 맞게 적절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일예배 시에 유아학교를 운영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 인천등대교회(안태준 목사)의 경우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교회는 예배에 참가한 부모들이 자녀들을 연령에 따라 신생아반, 영아반, 유아반, 유치반에 맡기면, 각 반별로 준비된 프로그램으로 교사 및 도우미들이 아이들을 돌본 후 부모와 함께 귀가토록 하고 있다.

유아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고연옥 사모는 “젊은 엄마 아빠들은 직장생활로, 아기 키우고 살림하는 일로 바빠 평상시 신앙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주일예배만큼이라도 제대로 드릴 수 있도록 믿음과 인생의 선배들이 도우미로 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내용이 널리 알려져 젊은 부부들이 많이 교회를 찾고 있으며, 특히 젊은 아빠들이 교회에 많아짐에 따라 교회가 젊어지고 힘도 강해져 날로 든든히 서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